답장 | behind the scenes

이 작업에서는 함께 만들어간 사람들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이미지들을 수도 없이 발견해주었기에 소개하고 싶다. (전부 다는 너무 많아서 절대 불가능하고)

여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을 때 절대 턱 밑에서 로우앵글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영화를 배우고 있을 때 사수에게 그런 건 안 예쁜 거야, 라는 말을 들었던 게 이유의 대부분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이전에 사람들이 ‘태양을 프레임에 잡으면 그 빛이 너무 강렬해서 필름이 타버린다’고 믿었던 것 만큼이나 허무맹랑한 편견이다.
불꽃놀이를 보게 되는 여자의 표정을 잡을 때 준비했던 측면 앵글은 현장에서 실제로 보았을 때 생각보다 에너지가 떨어졌었다. 뻔했다. 하지만 여느 촬영이 그렇듯이 시간은 제한적이었고, 다음 촬영에 대한 에너지도 남겨두어야 했다. ‘이걸로도 뭐 문제될 건 없어’. 그때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을 하고 있었나. 갑자기 촬영감독과 조감독이 정면에서 로우앵글로 잡아내자고 했다. 사실 나는 그게 어떤 이미지가 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근데 그냥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그건 이 작업의 가장 압축적인 이미지가 되었고, 내가 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보고 싶었던 표정이 담기게 되었다. 연기나 상황설정은 똑같은데. 역시 어디에 카메라를 둘지는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뒤에 비로소 정해지는 구나.

촬영이 끝나고, 방금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돌이켜봤다. 주요스탭들이 제안을 했고 감독이 동의를 했다. 보통의 경우 동료가 제안을 하면 감독의 역할은 그게 무슨 말인지 다각도에서 이해를 하고 그 선택이 파생시킬 기회비용과 결과를 순간적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 그리고 나서 총책임자로서 그 선택에 대해 자기가 짊어질 책임에 동의하는 것. 그런데 그 이전에 우선 상대방에게 애정이 있지 않는 한 아무도 나서서 제안을 하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제안을 받는다는 것은 ‘마음’을 받는 일인데 그런 ‘선물’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가지려면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도 ‘일단’ 받아들일 수 있는 일종의 용기나 무한한 신뢰가 필요한 것이구나, 생각했다.


또 하나, 이 압축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이설 배우에게 감사하다.
이 컷을 편집하면서 배우의 표정이라는 것은 시에서 사용되는 시어詩語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영화에 비해 구차한 스토리가 필요없는 뮤직비디오라는 장르에서는 단 하나의 표정이 한 씬을, 또 한 작품을 통째로 성립시켜버리니까. 세심하게 고른 시어 하나가 세상 하나를 순식간에 치환해버리듯이.
전기적電氣的인 속도로. 이미지도 눈에 보이는 것인만큼 시처럼 전기적인 속도로 전달되고 느껴진다.
그런 표정은 연출로서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고, 배우로서의 연기 역량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관점, 취향, 경험 등 살아온 인생을 전부 요구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말고는 연기연출의 초보인 나는 방법을 모른다.
이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이 이야기를 하는 입장에서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 굉장히 소중한 선물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거였구나, 하고 느꼈으니까. 신기했다. 이런게 찍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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