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9具project

카스카caska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카스카는 필름메이커 김선혁이 운영하는 비주얼 스튜디오입니다. 브랜드필름, 영화, 뮤직비디오, 순수 예술 등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영상 프로젝트들을 진행합니다. 카스카는 하나의 수공품처럼 프로젝트의 시작에서 끝까지 제 손으로 퀄리티 컨트롤 할 수 있는 속성의 작업을 지향합니다. 영상이라고 하면 굉장히 많은, 때로는 수백 명이 함께 하는 작업을 상상하는데 그런 작업들은 어느 순간 그 누구의 것도 아닌 프로젝트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조금 더 작은, 인간적인 규모의 작업 스타일을 유지함으로써 의사소통에서 오는 오차나 변수들을 줄이고 나아가 영상의 완결성을 추구합니다. 저는 그렇게 모아진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수집하는 기분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와 이모들이 모두 미술, 애니메이션, 금속공예를 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 별생각 없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하루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라이트박스까지 만들어 학교에 갔다가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한테 그 나이 되도록 기억날 만큼 맞았습니다. 얼마 안가 일단 자퇴를 하고, 한국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라는 특수 목적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기로 했어요. 원래 애니메이션과에 진학하려고 했었는데 당시 전년도 경쟁률이 20:1 이 넘었었어요. 입시지도하시던 선생님이 ‘너는 그림보다 스토리가 좋다’며 상대적으로 확률이 2배 이상이던 영상과를 추천하셨고, 저도 일단 이 학교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가긴 해야겠다 싶어서 영상과로 지원했어요. 지나고 보니 그 선택이 제 인생의 가장 좋았던 선택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제가 귀가 엄청 얇아요. 고등학교에서는 세부 전공으로 나누기보다는 연출, 촬영, 편집, 음향 등 영상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커리큘럼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자연스레 대학도 영화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곳에서는 촬영을 전공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촬영자로서의 공부를 함과 동시에 고등학교 때부터 후반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프리랜서 작업도 병행했었고, 결과적으로 촬영과 편집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연출이기에 연출자로서의 방향을 잡게 되었습니다.

카스카caska의 탄생과 과정은?

일을 할 때 항상 그 일의 ‘속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학까지 영화과로 진학하고 줄곧 큰 스케일의 기 성매체인 영화, 광고 쪽에서일을 하다보니, 그 곳에서 일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처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스트레스를 분명히 느꼈습니다. 이건 대규모의 인원이 함께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는 불가항력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십, 수 백명이 오늘 촬영을 하기로 각자의 일정을 협의했는데 내가 몇 달 전부터 계획한 가족모임이 오늘 있다고 촬영일정을 바꿀수는 없고, 항상 개인은 양보해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죠. 실제로 촬영 조수 시절 나갔던 어떤 촬영장에서 오전에 촬영감독님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그 감독님은 대체할 분이 지방촬영현장으로 오기 전까지 병원으로 달려갈 수 없었습니다. 대게 이럴 때 한국의 낙후된 시스템을 탓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조지 나카시마라는 일본 가구 장인의 전시를 접하게 되었는 데요. 원래 건축가였던 이 사람이 가구 제작자로 전향한 사연들이 가슴을 쳤습니다. 건축도 영상매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인원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매체인데, 설계에서의 아이디어들이나 목적들은 긴 기간의 공사와 현장에서, 각종 법규, 심지어 그날그날의 현장 인원의 기분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 겁니다. 나카시마는 이것을 “anonymus”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만 그때문에 누구의 것도 아닌 일이 된다는 거죠. 그런 연유로 당시 일본인으로서는 독보적인 건축 엘리트교육을 받은 과거이력과 안토닌 레이몬드의 설계사무소라는 선망받는 직장을 버리고 미국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조지나카시마는 비록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도 힘든 상황이 돼버렸지만 작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속성’의 일에서 자신의 희망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 분은 이것을 “human scale, I love working small” 이라고 표현합니다. 인간적인 규모.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최상위의 가치이자 속성이에요.

내가 하는 일에 연결된 인원을 제한하고, 그 사람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한 영상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독립 영상스튜디오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이런 여정을 생각해보니 스튜디오의 이름에 특정한 의미가 들어가는 것은 무의미해 보여서 최대한 우연적이고 직관적으로 발음이 경쾌한 이름을 찾게 되었고, 몇 개 제가 좋아하는 단어들의 앞글자들만을 모아 카스카(caska)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카스카는 기본적으로 저 혼자 운영합니다. 저를 항상 flexible한 상태로 두기 위함인데, 매 프로젝트는 성격과 목표가 다르고 그에 적합한 작업자가 있습니다. 만약 고정적인 멤버가 있다면 기획 단계에서 내부적으로 소화 가능한 쪽으로 아이디에이션되면서 작업스타일이 비슷해지기 쉽죠. 그렇다고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많은 직원을 꾸리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그래서 작업을 할 때 항상 함께하는 각별하고 긴밀한 동료들 중 그 프로젝트에 맞는 사람들을 모아 그때 그때 팀을 이뤄 진행합니다. 제가 직접 연출과 촬영, 편집 모두를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떨 때는 연출자로서, 어떨 때는 촬영감독으로서, 어떨 때는 편집자로서만 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좀 싫증을 빨리 느끼는 편이기도 해서 촬영만 하다 보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몸이 힘들어서 아 이제 좀 앉아서 일하고 싶다 하면 연출이나 후반작업할 일이 생기고, 또 사무실에만 있다가 콧바람 좀 쐬고 싶다 싶으면 촬영일거리가 생기기도 하고 해서 꽤 생체리듬에 대처가능한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장수할 지도 모르겠어요.

일과 삶 자체가 분리되어서 오는 격차같은 것들이 없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으로 일의 방식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요.

라디오를 듣다가 어떤 한국 수학자의 인터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이란 척박한 환경에서 순수예술보다 더 순수한 수학 자체를 전공하는 수학자가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내용은 더 놀라웠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직업, ‘수학’이 자신의 인생을 구원했다고 했습니다. 수학을 통해서 삶의 본질을 발견하고 어떤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수많은 단서와 실마리들을 얻은 것이죠. 어떻게 자신의 일이 스스로를 구해냈다고 느낄 수 있는지 곱씹으면서 여러 차례 감동했습니다. 뻔한 얘기지만 인생의 1⁄3 의 시간은 일을 하면서 지나갑니다. 이 시간들이 단지 견뎌내야 할 대상이라면 생각만 해도 불행해지는 기분입니다. 반대로 이 시간들이 나머지 2⁄3 혹은 매순간 나에게 영감을 주고 활력을 줄 수 있는 것이 된다면. 이 또한 내 일의 중요한 ‘속성’이 될 겁니다.

흥미롭게도, filmmaking은 무언가를 ‘바라보는 seeing’ 일 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 가 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이것은 곧 ‘관점 perspective’을 말합니다.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연출이 어떤 것을 바라볼지를 결정하는 일이라면 촬영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결국 제 직업은 ‘관점’이란 도구를 갈고닦아 완성해나가는 매체인거죠. 삶에 대한 태도 또한 이것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거 아닌가요. 자신의 직업이 매일 매순간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과 정확히 포개어져 있으므로 이 일을 통해 제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지속적으로 서로 영향을 받습니다. 일과 삶은 원래 분리될 수 없고, 그렇다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흔히 영상은 ‘프로덕션’이라는 말을 쓰는데, 어쩐지 사람들로 붐비고 밤새우고 지친 뉘앙스가 있어서 저는 스튜디오라고 아이덴티티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일상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마르첼로와 같이 있는 이런 것이 30대를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work for cash로 시작했다면 이제부터는 work for lifestyle로 가자,라는 느낌인 거죠.

앞으로의 계획은 사실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모습을 5년전 만해도 절대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의미가 전혀 없는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온 게 카스카인거에요. 카스카는 비주얼 스튜디오일 수도 있고, 디자인 에이전시, 영화 제작사, 장비회사, 가구 브랜드, 애견카페, 술모임, 위성 탐사선이든 뭐든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말그대로 속성이기 때문에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의 표면이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수정보완하여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전혀 다른 영역을 향한 불연속적인 항로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그냥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가까운 동료인 남궁선 감독과 작업한 <Digressive Cinema>라는 제목의 전시가 있습니다. 그때 모토가 최대한 즉흥적인 방식으로 촬영을 하자, 였어요. 정리된 시나리오도 없고, 장소 섭외할 것도 없이 괜찮아 보이는 장소에 들어가서 거칠게 찍었어요. 누벨바그에 대한 낭만도 있었고. 조명기나 조명팀도 배제시켰어요. 예산적으로 무의미한 것도 있었지만, 어떤 빛이든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고, 그것들을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촬영조수 한 친구랑 감독, PD, 배우들이 전부였어요. 동시녹음도 하지 않고 셋업이 워낙 간편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촬영하는지도 몰랐어요. 근사한 펍이나 레스토랑, 카페에서도 같이 놀러온 친구들이 노는 것처럼 찍고,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에서 촬영을 해도 카메라를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서 (보이질 않으니까) 통제할 필요도 없었어요.

이런 방식이 가능하게 된 것은 역시 이전 필름 매체 세대보다 ’도구’들이 가볍고 작아졌기 때문이에요.

영상을 보면 그 앵글 바깥에는 이러저러한 쇳덩이들이 즐비하다고 보시면 돼요. 무겁고, 뜨겁고, 한 컷 찍으면 그거 또 다 치우고 옮기고.. 이런 노력들이 속된 말로 ’때깔’을 만들어내는 거긴 한데, 시간과 품이 드는 일이다 보니 현장에서 느긋하게 이거도 해보고 저거도 해보고 할 순 없어서 항상 하던 대로, 어디서 본대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양손에 장 본 것들을 잔뜩 들고 가면서 주변 경치 구경 안 하는 것처럼. 얼마나 근사한 순간들을 놓치는지는 알 수 없는 채로. 이 작업에서는 제가 카메라를 갑자기 어디로 돌려도 치우거나 할 게 없었으니, 생각하는 속도대 로 찍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에게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마치 저도 그 ’순간’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어요.

‘Filmmaking’의 매력은?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Filmmaking은 빛을 테마로 한 직업입니다. 이 일을 통해 모든 빛이 아름답다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흐린 날은 날씨가 ‘나쁜’ 날이 아닌 거죠. 그런 날에만 빠져들 수 있는 무드로 빛은 우리를 리드합니다. 색깔(color)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색도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작업을 하면서 느끼게 됩니다. 만약 제가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흐린 날은 그저 ‘나쁜’ 날이고 어떤 색들은 ‘추한’ 색이어서 그것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눈을 찌푸렸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나의 관점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일을 통해 결국 삶의 흥미로운 순간들이 더 많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작업을 할 때 의도한 것을 넘어 우연히 만나는 작업의 산물도 있나요?

양손을 가볍게 해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앞서 관점을 가다듬고 기획을 하고 세부적인 것까지 설계를 하지만, 실전에 나가서 보려고 했던 것만 보려 한다면 혼자서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것 밖에 안되죠. 계획이 100이라면 촬영하면서 4~50 깎이고 편집하면서 또 얼마 깎이고 하는 거니 사전 계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계획한 걸 바탕으로 현장에서 좋은 것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촬영 현장에 나가면 시작하기 전 그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걸 좋아해요. 그러다 보면 원래 생각했던 장소보다 더 멋진 곳이 보이기도 하고 옆에 있던 가게에 베그너 체어가 있는 걸 발견하고 갑자기 빌려서 쓰기도 하는 거죠.

다른 분야의 관심있는 작업이나 작업도구는?

항상 editorial design과 typography 영역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전공을 하진 않았지만 영상에 있어서 텍스트 및 레이아웃 디자인은 명백히 영상의 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부를 통해 제가 직접 디자인을 하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영상의 경우 디자인 요소들이 모션그래픽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저는 불필요한 움직임과 효과들보다는 정지 화면에서의 그래픽 디자인이 가지런하고 단단한 감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디자인이 좋다면 전혀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차라리 그 움직임에 들일 수고와 시간을 다른 곳에 투자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 형의 노트가 생각납니다. 그의 노트를 보면 단지 끄적이는 종이라기보다는 아이디어를 전개하기 위한 도구로서 작용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정확한 분류와 정보의 서열, 순서 등. 자신의 생각을 일단 끄집어내서 노트 위로 옮겨놓고 그것과 마주하고 대화하고 있는 느낌. 자신의 생각과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한 애플리케이션 같았어요.

자신이 쓰는 도구에 대한 설명/ 가장 좋아하는 도구는 무엇입니까?

Filmmaking이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해 촬영된 이미지를 다루는 것이므로 촬영 장비(도구)에 대해서만 말씀드릴게요. 주로 저는 가볍게 운용할 수 있는 무겁지 않고 작은 DSLR이나 mirrorless 카메라들을 사용합니다. 거기에 맞춰 삼각대도 가장 작은 타입인 75mm 사이즈 를 사용하고요. 하지만 이런 장비들은 몇년 전만 해도 몇억 대의 장비들만이 할 수 있었던 퀄리티의 이미지들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가장 행복한 시대에 태어난 것 같습니다. 이런 도구들이 아니었다면 제가 지금의 포지셔닝을 취할 수도 없었을 거예요. 조명도 마찬가지로 Kino나 Tungsten 조명들을 기본적으로 운용하고 있고, 필요한 장비나 액세서리들은 직접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디렉터스 뷰파인더를 샀어요. 촬영할 때 렌즈 의 화각을 가늠하는 도구인데, 요즘엔 스마트폰 어플로 더 정확하게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와 렌즈군에 맞춰 촬영범위를 측정할 수 있지만, 이건 ‘들여다 볼’ 수 있거든요. 처음 영화를 공부하면서 ARRI SR-3라는 16mm카메라로 촬영 했을 때 그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서 외국에서 주문했어요. 디지털 카메라들은 대부분 모니터를 보고 촬영하지만 예전 필름 카메라들은 뷰파인더에 눈을 바짝대고 한쪽 눈은 감은 채 그 안을 들여다 봐야했어요. 그럼 주변 상황들은 잊히고 내가 영화 속 그 순간으로 정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손바닥만 한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화면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되고 인물과 나(카메라)의 거리감도 예민하게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사용하는 렌즈도 달라지고 말 그대로 앵글이 달라지는 거죠.

루미디브릭과 함께 만들고 싶은 도구는?

촬영을 하다보면 오스 야스지로 감독의 다다미샷 같이 낮은 높이의 앵글을 사용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주로 콤팩트한 카메라 세팅을 선호하기 때문에 75mm 규격의 삼각대를 사용하는데 이 규격에는 이런 상황에 쓸만한 액세서리들이 많지 않아요. 있어도 퀄리티가 안 좋아서 쓰나마나 한 정도.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의 촬영감독은 야스다 유하루 라는 사람인데, 당시에는 큰 장비들을 위한 액세서리도 지금처럼 개발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다미 샷을 위해 이러한 Low-level 카메라 삼각대를 직접 만들었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요. 지금은 손바닥만 한 카메라들도 그때의 최신 장비보다 훨씬 더 멋진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니까, 75mm 급 장비를 위한 ‘제대로 된’ Hi-hat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능한 바닥에 붙을 정도로 카메라를 낮게 세팅할 수 있고, 수평을 잡을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일반 적으로 헤드의 밑부분이 둥글게 만들어져 수평을 잡는 볼헤드 방식은 편하긴 하지만 그에 필요한 부품만 큼 카메라 높이가 높아질 수 밖에 없으니 수직높이가 더 짧은 플랫헤드 방식을 쓰고 수평은 각 꼭짓점에서 따로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럼 ‘Low-hat’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겠네요.

이런 도구가 있다면 콤팩트한 세팅임에도 상대적으로 크고 값비싼 장비에서나 가능한 정교함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해봅니다.


9具project

나무로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보는 구구(9具)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나무로 작업을 하는 루미디브릭이 아홉 분의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을 만납니다.

목공을 하다 보면 꽤 다양한 도구를 접하게됩니다.어떤 형태를 만들어낼지에 따라 공정마다 다른 도구가 사용되지요.
목공에 필요한 도구는 직접 사서 쓰거나, 가끔은 사서쓰는 도구에 불편한 점이 생기기도 해 손에 맞는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구’ 자체에 대한 흥미가 생겼습니다.

과연 목공이 아닌 다른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어떤 도구를 사용할까? 세상의 다양한 도구에 대한 흥미가 생기고,
전혀 다른 작업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 그들의 도구를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사서 쓰는 도구를 넘어 작업자들의 작업 방식 에 따른 도구,
작업자들 각각의 손에 맞는 도구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이 책은 그런 출발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우리가 틈틈이 살피던 우리가 좋아하던, 만나보고 싶었던 작가들을 선정했습니다. 이 과정은 꽤나 설레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던 작가들은 어떤 도구를 사용할지,
우리가 그들이 쓰는 도구를 만들면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등등의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난 아홉 작가.

식물의 취향 (가드닝 스튜디오), 타샤변 (화가), 카스카 (비주얼 스튜디오) 북스 앤 쿡스 두오모 (이탈리안 레스토랑),
비플랫폼 김명수 (북 아티스트), 툴프레스 (레터프레스 작업실), 가람재 (도예가),
데볼프 (가죽 공예), 바스큘럼 (식물 패턴 제작소)

루미디브릭이 이 아홉 작가분들과 작업 이야기를 나누고, 도구 이야기를 나누고,
쓰는 도구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제작한 이야기들을 책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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