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하기

《힘을 낼 시간》에는 포커스 풀러(Focus Puller)가 없다.

어떤 장면이든 직접 포커스를 맞췄다. 광고나 뮤직비디오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한 숏의 길이가 길고 도중에 잠깐이라도 초점이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으니까 배우가 촬영감독 때문에 반복 연기를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이게 촬영자로서 이 영화에 완전한 몰입을 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포커스를 맞추기 위해서라도—촬영감독의 신경은 모조리 이 앵글 안에 집중된다. 네모나게 오려진 앵글 바깥의 세계는 사라진다. 언제나 다사다난한 현장 상황들이. 물속에 뛰어들면 소음이 소거되는 것처럼. 이 앵글이 내가 속한 유일한 세계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보는 장면처럼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하지만 동시에 더없이 자유롭기도 하다.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어떤 요소를 따라 직감적으로 앵글을 바꾸더라도 미리 사인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 배우 간에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받는 것처럼, 배우와 카메라 사이에도 미리 맞춘 약속들(합)이 아니라 액션-리액션이 있다고 믿고 있다. 매 순간 달라지는 화학작용을 수용하기에 직접 포커스를 한다는 건 분명 유용하다. 덕분에 캐릭터들과 내가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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