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선배님의 지난 뮤직비디오들을 기획할 때마다 한 작품에 계절 하나를 오롯이 바친다는 마음이었다.
《답장》은 그 해 가을을 모두 바쳐 약 10회차 촬영을 진행했고, 《여름의 끝자락》은 발매 2년 전에 일찌감치 곡을 주셔서 정말 긴 시간 동안 마음속에 포개어 놓고 지내다가 2019년 여름에 5회차 촬영했다.
그 계절에는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내게 2017년 가을은 《답장》이고, 2019년 여름은 《여름의 끝자락》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분량이 야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촬영 일이 아닌 날도 모두 예비 촬영 일로 남겨둔다. 노이로제에 걸릴 만큼 날씨 정보들을 들여다보고,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모든 쇼트마다 정확히 몇 시가 최상의 조건인지 여러 번 카메라로 찍어보고 타임 테이블을 재구성한다. 그렇게 계절의 정취를 뮤직비디오에 새겨 넣으면 역으로 그 계절이 다시 찾아왔을 때 이 음악이 떠오를 거라 기대하면서.
이번 《산책》 뮤직비디오는 작년 5월에 첫 이야기를 나누고 그해 가을과 겨울, 그리고 올해 봄에 걸쳐 약 9회차 촬영을 하여 완성했다. (물론 여기에는 일회적인 풍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배회했던 시간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김동률 선배님의 뮤직비디오 안에 사계절을 모두 채웠다는 생각으로 충만한 기분이 되기도 하고, 혹시나 선배님의 머릿속에는 이미 내가 모르는 ‘MV 개발 5개년 계획’ 같은 게 자리 잡고 있진 않을까 눈빛이 흔들리기도 하고 그렇다. 아무튼 계절은 어김없이 반복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