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팅에서 단번에 이 프로젝트에 끌렸다. 가장 큰 이유는 만나게 될 인터뷰이의 연령대와 그들의 근속연수였다. 작고한 선대 회장과 함께 일했던 분들은 주로 8-90대였고, 2-30년이란 시간을 이 회사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다. 현업의 젊고 기세 좋은 창작자, 전문가들은 많이 만나게 되지만 근로 가능한 생애 주기의 대부분을 한 회사에 헌신한 후 퇴직한 사람들은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다.
“온 마음을 바친 사랑의 흔적은 그 어느 때고 미지의 장소에서 사람을 감동시키고야 마는 것일까? ” ― 가와바타 야스나리
나는 이 문장이 ‘사람이 애써서 만들어낸 무엇’에 대한 찬사 같아서 무척 좋아하는데, 다시 떠올려 보면 그것의 주체가 꼭 창작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가, 급여를 받는 근로자, 나아가 모든 개인에게 해당하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그 흔적 또한 꼭 예술품이나 물건이 아니라 장소, 서비스, 기업일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그 일에 모든 걸 적용해 본다. 살면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사건들, 고민들, 관점들을 모두 거기에 비추어본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세상을 본다. 그 사람의 중심. 겉으로 드러나는 직업의 이름은 모두 달라도 개개인들이 각자의 삶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성질은 서로 닮기 마련이라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명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가령 영상에 미처 살리지는 못했지만 황혜숙 님이 본인의 업무(미용연구실)를 소개하기 위해 사보에 게재한 글이 있는데, 70년대 당시에 쓰신 그 글은 마치 지금 내가 쓴 것처럼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이 겹쳤다. 그리고 선대 회장과 제주 녹차밭을 일구신 박문기 님이 인터뷰 도중 “이야, 이게 우리 손끝으로 이루어진 것들 아니냐!”라고 하셨을 때 촬영하는 공간에도 그 뿌듯함이 일순간 퍼졌었는데, 언젠가 나도 이 일을 마무리할 때 즈음 그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