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김동률 선배님은 앨범 공개가 반년 이상이나 남았을 때 《답장》 뮤직비디오를 의뢰했다. 거의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는 음악과 함께. 그렇게 이르고 이른 첫 미팅 때 마주 앉아 내게 건넸던 말을 여전히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다.

시간을 이기는 건 없는 것 같다고.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결과물의 질은 다르다. 그러니 작업자에게 최대한 많은 시간을 확보해 주고 싶었다고. 《산책》 뮤직비디오도 이런 생각이 강화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영상 프로젝트는 대게 2-3개월 정도에 걸쳐 완성되는데, 의뢰업을 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의뢰주 쪽에서 먼저 계획하지 않는 이상 1년이라는 긴 시간을 조감하며 작품을 만들기는 어렵다. 촬영을 열흘 앞두고 의뢰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 그럼 당장 가능한 것들, 유행하는 것들, 또 이미 해봐서 아는 것들을 숨 가쁘게 그러모으게 된다. 여기서 다시 주어진 시간과 예산 안에 가능한 것을 추리고. 하지만 온갖 가능한 것들보다—아직 내가 온전히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하고 싶은 것 하나가 무엇인지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이 기획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걸 느낀다. 누가 먼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관성과 조바심에 휩쓸려 아티스트와 음악을 그저 요란한 구경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것으로 그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나 뿐만 아니라 참여한 많은 스탭들도 이번 뮤직비디오를 드문 기회라 여기며 온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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